지구를 관통해 반대편까지 뚫린 구멍이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현실에서는 열과 압력 등 수많은 물리적 한계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시도된 가장 깊은 시추부터 지구 중심을 통과하는 ‘가상의 낙하 시나리오’까지, 물리 법칙을 활용해 그 가능성과 결과를 유쾌하게 파헤쳐보겠습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깊은 구멍은 얼마나 깊을까?
러시아의 ‘콜라 초심층 시추공’은 현재까지 인류가 파낸 가장 깊은 구멍입니다.
그 깊이는 약 12킬로미터. 지구 중심까지의 거리 6,371킬로미터에 비하면
겨우 0.19%밖에 되지 않아요.
즉, 우리가 땅을 뚫는 데에 있어 얼마나 ‘표면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죠.
지구 중심의 환경, 상상 이상으로 극악하다
지구 내부는 말 그대로 ‘지옥의 환경’입니다.
중심부 온도는 약 6,000도, 압력은 지표면의 360만 배에 달해요.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장비도, 어떤 물질도 견딜 수 없습니다.
심지어 강철조차 녹고, 플라스마 수준의 압력 속에 구조물이 스스로 붕괴되죠.
따라서 물리적으로 지구를 관통하는 터널을 만든다는 건
현실적으론 전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만약 구멍이 있다면?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봅시다. 모든 제약을 제거하고
지구를 정확히 반대편까지 통과하는 완벽한 터널이 존재한다고 가정해요.
이 터널에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정답은…
지구 중심을 통과하며 단순조화진동을 하게 된다는 것!
즉, 지구 중심까지 가속 → 반대편 도착 → 다시 낙하 → 중심 도착 → 반복
이 과정을 공기 저항 없이 무한 반복하는 구조입니다.
낙하 시간은 단 38분 11초?
2015년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실제 지구 내부 밀도 분포를 고려해 이 낙하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지구 중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8분 11초.
지구 밀도가 균일하다는 가정 하에서는 42분 12초였으니,
이 계산은 더욱 정교한 모델에 기반한 셈이죠.
지구 터널 속에서 벌어지는 중력 변화
중력은 지표면에서 가장 강하고, 중심으로 갈수록 약해집니다.
중앙에 도달하면? 완전한 무중력 상태가 되죠.
중력은 껍질처럼 겹겹이 둘러싼 지구의 질량 때문에 생기는데,
중심에서는 모든 방향에서의 중력이 서로 상쇄되어 0이 됩니다.
중력 가속도의 변화는 아래와 같은 패턴으로 줄어듭니다:
지점 | 중력가속도 (m/s²) |
---|---|
지표면 | 9.8 |
1/2 깊이 | 약 4.9 |
중심 | 0 |
운동 방식은 마치 용수철처럼?
이 운동은 단순조화진동의 형태를 따릅니다.
거리와 중력 가속도가 정비례하기 때문에, 마치 수직으로 놓인 용수철 진자처럼
앞뒤로 진동하게 되는 거죠.
이론적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터널을 뚫든
운동 시간은 동일합니다.
서울에서 브라질이든, 미국에서 인도든
완전한 터널이 있다면 38분 11초 만에 도달할 수 있어요.
현실적인 한계: 공기 저항과 에너지 손실
이론은 이론일 뿐. 현실에는 ‘공기 저항’이라는 무시무시한 적이 존재하죠.
공기가 있는 한, 그 어떤 물체도 무한히 진동할 수 없습니다.
결국 몇 번의 왕복 끝에 에너지를 잃고
낙하 물체는 지구 중심 근처에 정지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서히 진폭이 줄어들며 중심에서 멈추는" 결과죠.
자전 효과: 코리올리 힘의 영향
지구는 시속 1,670km로 자전 중입니다.
만약 땅 속으로 뚫린 구멍이 있다면,
코리올리 힘에 의해 낙하 물체는 터널 벽에 충돌할 가능성이 큽니다.
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약간 비틀리며 회전하는 지구의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사고실험으로서의 가치
이런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전혀 없지만,
물리학 교육에서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중력, 단순조화진동, 에너지 보존, 밀도 변화 등
다양한 물리 개념을 하나의 문제로 통합해 이해할 수 있죠.
디킨슨대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잭슨은
"이런 문제야말로 우리가 사랑하는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상상력이 과학적 사고와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요약! 지구를 뚫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항목 | 내용 |
---|---|
실제 최심 시추 깊이 | 약 12km (콜라 시추공) |
이론적 낙하 시간 | 38분 11초 |
중심에서의 중력 | 0 (무중력 상태) |
운동 형태 | 단순조화진동 |
현실적 결과 | 공기 저항 → 중심 정지 |
마무리하며
지구를 관통하는 구멍.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아름다운 물리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사고실험은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과학적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지구 반대편까지 단 38분!
비행기 대신 터널로 여행하는 날이 올까요?
적어도 상상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당신이 보통사람보다 똑똑하다는 5가지 신호, 혹시 당신도 해당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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